민첩한 2m 장신… 토종 슈터의 ‘최종 진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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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픈 커리(37·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부럽지 않은 활약이었다. 작년 파리 올림픽 4강전에서 3점슛 9개로 세르비아를 침몰시킨 미국의 커리처럼, 한국 농구 대표팀엔 이현중(25·나가사키 벨카)이 있었다. 지난달 28일(한국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7 FIBA(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아시아 예선 첫 경기. 이현중은 홈팀 중국을 상대로 3점슛 9개를 퍼부으며 한국의 80대76 승리를 이끌었다. 3점슛 9개는 FIBA 월드컵 예선 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현중의 슛이 적중할 때마다 1만5000여 명이 들어찬 우커쑹 아레나는 도서관처럼 조용해졌다. 한국 농구가 7년 만에 중국 원정에서 따낸 값진 승리였다. ◇“한국 슈터 계보의 정점” 이현중은 이날 중국전에서 33점과 함께 큰 키를 활용해 리바운드 14개를 걷어내며 골밑도 든든히 사수했다. 201㎝의 그는 그동안 한국 농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신 슈터다. 한국 농구의 ‘명품 슈터’ 계보는 1960~1970년대 아시아를 호령한 신동파(81)를 시작으로 ‘슛도사’ 이충희(66), ‘전자 슈터’ 고(故) 김현준, ‘람보 슈터’ 문경은(54), 그리고 ‘조선의 슈터’로 불린 조성민(42)으로 이어져 왔다. 이들은 정확한 외곽포와 기민한 움직임을 앞세워 아시안게임 등 국제 무대에서 금메달을 안기며 한국 농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 조성민을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존재감을 드러낸 정통 슈터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과거 대표팀은 가드가 안쪽으로 파고들다 밖으로 빼주면 슈터가 3점슛을 던지는 전형적인 패턴을 구사했는데, 상대가 마크맨을 유기적으로 바꿔 쫓아오면 키와 힘에서 밀리는 한국 슈터들은 외곽에서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현중은 달랐다. 키와 스피드를 겸비한 덕분에 상대 입장에선 큰 선수를 이현중에게 붙이면 스텝이 따라가지 못했고, 빠른 가드가 맡자니 이현중의 높은 타점을 막기가 버거웠다. 이현중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며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수비를 할 땐 상대 장신 포워드를 막으면서 리바운드도 성실히 잡아냈다. 손대범 KBS 해설위원은 “2m가 넘는 키에 폭발적인 외곽포와 왕성한 활동량, 뛰어난 BQ(농구 지능)를 갖춘 이현중은 우리나라 슈터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평가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이현중은 삼일중 입학 당시만 해도 170㎝ 남짓한 가드였는데 3학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해 190㎝를 넘어섰다. 그는 키가 큰 뒤에도 수비에서는 골밑을 지키는 센터 역할을 맡는 한편 공격할 땐 여전히 밖에서 공을 잡고 경기를 풀어가는 가드 스타일을 유지했다. 골밑과 외곽을 모두 경험한 이 시기가 이현중이 ‘2m 슈터’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미국 대학 20여 곳의 제의를 받은 이현중은 커리의 모교인 데이비슨 대학을 선택했다. 3학년 때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NCAA(전미대학체육협회) 토너먼트로 이끌었으나 1라운드에서 미시간 주립대에 1점 차로 패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