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의 7년’, 이젠 ‘성숙과 갱신의 7년’으로 [이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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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마의 7년’, 이젠 ‘성숙과 갱신의 7년’으로 [이슈&톡]](https://img1.daumcdn.net/thumb/S1200x63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15/tvdaily/20251015175047945inol.jpg)
한때 ‘마의 7년’이라 불리던 전속계약 만료 시점은 아이돌에게 위기의 상징이었다. 대다수의 그룹이 이 시기를 전후해 존속 여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물론 시작부터 7년 이상의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제3조2항에 따라 가수가 7년을 초과한 시점 이후에는 일방적 해지가 가능해 ‘7년’은 상징적 의미로 굳어졌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돌이 이 시점에서 해체하거나 일부 멤버만 남는 ‘축소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지적재산권(IP) 기반 산업으로 고도화된 K팝 시장에서, 아이돌들이 팀의 지속성과 브랜드 가치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계약의 결을 바꾸고 있다.
7년이 그룹 재설계 시점이 된 셈이다. 소속사들은 팀 자체를 브랜드로 키우고, 멤버들은 ‘개인 활동과 팀의 공존’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 전략적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2015년을 전후해 데뷔한 아이돌들이 올해 7주년을 맞았는데, 대체로 팀의 존속을 택한 경우가 두드러진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해 7월, 전속계약 만료(올해 초)를 반년 앞두고 JYP엔터테인먼트와 조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례적인 ‘선(先) 재계약’이었다. 데뷔 초부터 자작곡 중심의 크리에이티브 시스템을 구축해 온 팀의 정체성이 멤버와 회사의 상호 신뢰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에이티즈는 지난 7월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와 멤버 8인 전원이 재계약했다. 계약 기간은 다시 7년으로 업계에서는 아이돌 계약의 새 표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소속사는 ‘팀의 지속성’을 중심에둔 장기적 운영 방식을, 멤버들은 ‘프로젝트 주체로서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여자)아이들은 지난해 12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마쳤다. 멤버 전소연이 공개적으로 소속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잡음이 있었지만, “팀을 지키자”는 공감대가 더 컸다. 재계약 후 그룹명에서 ‘(여자)’를 떼고 ‘아이들’로 리브랜딩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프로미스나인은 지난 1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이 불발됐다. 하지만 송하영, 박지원, 이나경, 이채영, 백지헌 등 5명이 신생 기획사 어센드로 이적해 그룹의 명맥을 잇고 있다. 소속사와의 결별이 곧 팀의 끝을 의미하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선택이었다.
이렇듯 ‘7년의 벽’은 이제 팀의 가치와 IP를 재정의하는 갱신의 시기로 변모했다. 아이돌들은 스스로를 단순한 소속사의 아티스트가 아닌 브랜드 단위의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인식하며, 자신이 구축한 팀의 IP, 콘셉트, 팬덤 문화를 자산으로 본다. 이 인식 변화가 재계약 등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7년을 맞은 아이돌 그룹들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K팝 산업이 소모형 구조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마의 7년’을 이젠 ‘성숙과 갱신의 7년’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