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원 중단, 19년 이어온 사업 종료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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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평론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 하는 <붉은 돼지>란 애니메이션이 있다. 20세기 초반 이탈리아 공군의 에이스 파일럿이던 마르코가 주인공인 돼지, 한때는 인간이었으나 어쩌다 돼지머리를 하게 된 것인지 모를 이의 이야기다. 이탈리아를 장악한 파시즘의 물결에 회의를 느껴 공군에서 예편한 그다. 전쟁으로 사랑하던 여자와 결혼하지 못했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저와 가장 가까웠던 동료 파일럿이 바로 그 남자였기에 원망도 회한도 마음처럼 품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전쟁은 그가 옛 애인만큼이나 아꼈던 그 사내의 목숨을 앗아가니 그는 수많은 인간이 전란을 원하는 이 잘못된 세상에서 차마 더는 인간으로는 살 수가 없었다고 전한다.
영화 가운데 돼지가 옛 여자가 운영하는 바를 찾는 장면이 있다. 바의 벽에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는데, 젊고 잘생긴 사내의 모습이 들어 있다. 그건 어쩌면 돼지의 사람일 적 모습일까. 아니면 돼지와 친했던 친구일까. 돼지가 사랑했던 여자 지나는 제게 파일럿 남편이 세 명이 있었고 그 모두와 사별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돼지도 그중 한 명이었을까. 그녀 앞에서 돼지는 담담하게, 그러나 쓸쓸함을 아주 감추지는 못한 채로 말한다.
"좋은 사람은 모두 다 죽어"라고.
원문: 바로가기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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