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강요' 논란에 대한 민희진의 동문서답 [이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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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요지는 민희진 전 대표가 직원에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이데올로기를 강요한 것에 있다. 그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정치인에 투표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제3자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투표에서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직원을 불러 세 시간 가량 훈계한 일 자체가 문제다.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가 어떤 프레이밍을 하려는 것인 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민주당을 왜 찍냐', '뽑을 사람 없으면 차라리 투표를 하지 말라'고 말한 사실은 1년여 전 발언을 들은 해당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었고, 이미 팬덤들 사이에서 익히 알려진 일화였다. 법원에서 다뤄진 게 이번이 처음이었을 뿐이다.
민희진 전 대표의 발언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타인의 정치적 자유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발언들이 해명대로 2020년 어도어 설립 전(하이브 재직 시절) 뱉은 것들이라도 문제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을 올린 직원과 당시 하이브 CBO인 민희진의 사이에는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또 이 직원들은 2021년 어도어 설립 후 민희진 전 대표와 함께 어도어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된다.
민희진 전 대표는 자신은 물론 뉴진스 멤버들을 대하는 하이브의 처우에 불만이 많았다. 지난해 뉴진스 멤버 하니는 환경노동위원회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하이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 매니저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호소였다. 뉴진스와 아일릿 등 팬덤이 갈라서 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늦게 공개된, 당시 현장을 담은 CCTV 분위기는 하니의 말과 사뭇 달랐다. 아일릿 멤버들은 하니에게 90도 가끼이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하니가 분명 들었다고 밝힌 아일릿 매니저의 '(하니를)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가'는 음성이 지원되지 않는 파일인 탓에 판독이 불가능했다.
하니의 주장에 가장 분노한 건 민희진 전 대표였다.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하니가 '아일릿이 나를 무시했다'고 말한 바가 없는데도 '아일릿 멤버들이 다 무시했니?'라고 되묻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건을 확대 해석했다. 그 여파로 하니는 K팝 사상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아이돌이 됐다. 뉴진스 사태를 다루는 모든 기사에 '직장 내 괴롭힘' 타이틀이 따라 다녔다.
안타깝게도 민희진 전 대표의 예민한 인지 감수성은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듯 하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에게 투표한 직원이 세 시간 넘게 훈계를 들었을 당시 느꼈을 그 "경악스러움"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그녀의 항변은 직원이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미안함 따위가 아닌, 자신이 어떤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였다. 이러니 '만물 민희진설' 세계관에 대한 비아냥이 나올 수 밖에.
만약 하이브 임원이 소속 직원들에게 그런 말들을 했다면, 민희진 전 대표는 외부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진다.
